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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이런다면

기사승인 2020.10.22  14: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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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소란스럽고 엉망진창으로 진행된 제34회 감독·감독회장 선거가 끝났다. 당선된 인물도 있고 떨어진 인사도 있다. 이제 곧 어리숙한 종교재판과 부끄러운 사회 재판이 줄을 이을 것이다. 아마도 주어진 변화의 기회를 망가진 축음기판 돌리듯 까먹을지 모른다. 비관을 하면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직 감리회에 미련이 남아서다.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음악의 신약성서’라고 한다. 30여 년에 걸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피아노 음악이 보여줄 수 있는 테크닉과 감정이 모두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악의 구약성서’도 있을 터, 그것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48곡이다.

2006년에 나온 ‘Copying Beethoven’이라는 영화가 있다. ‘음악의 신약성서’를 쓴 베토벤의 마지막 ‘합창 교향곡 9번’에 담긴 이야기가 그 줄거리다. 당시의 음악가들에겐 작곡가가 적어놓은 알아보기 힘든 원 악보를 출판사에서 알아보기 쉽게 필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이를 ‘Copying’이라고 했는데, 그것만을 전담으로 하는 비서가 있었다. 말년에 베토벤은 ‘안나 훌츠’라는 새 카피너를 들였다. 베토벤은 필사자의 능력을 알아보려고 일부러 음표를 틀리게 그려서 안나 훌츠에게 주었다. 안나 훌츠는 그 틀린 음표를 고쳐서 베토벤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베토벤은 안나 훌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두 내가 침묵 속에 사는 줄 알아. 그렇지 않아. 내 머릿속엔 소리로 가득 차 있어. 절대 멈추지 않아. 나의 유일한 위안은 그걸 쓰는 거야. 하나님이 내 마음을 음악으로 감염시켰어. 그리고 어떻게 했지? 청각장애인으로 만들었어. 내게서 모든 사람이 갖는 즐거움을 앗아갔어. 내 곡을 내가 듣는 즐거움을 말야.”

필자가 당선된 이들에게 전해 줄 말은 이것이다.

“제발, 하나님의 소리에 감염되어 청각장애를 징벌처럼 짊어진 지도자가 되시라. 그대들이 일평생 탐하며 살았던 온갖 즐거움을 당선과 함께 빼앗긴 사람처럼 처신하라.”

그대들이 이런 지도자가 되어야 비로소 감리회에 소망이 빛나 보이지 않겠는가?

우리말에 ‘때 빼고 광낸다’는 말이 있다. 겉을 문지르거나 칠을 해서 반짝거리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광택의 빛을 선호하는 민족이었다. 사람들이 지어내는 문화조차 무광택이었다. 창호지를 바른 영창은 유리처럼 반짝이지 않았다. 청자나 백자는 유약을 발랐어도 안으로 배어 들어가는 은은한 빛이었다. 표면을 닦아서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광(光)과는 다른 것이었다. 짚신이나 고무신도 광을 낼 수 없다. 그것은 겸손과 청빈, 섬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외모를 꾸며 드러내는 광택 대신에 부드러운 선과, 수줍은 율동이 있을 뿐이다. 기독교의 공유가치도 ‘겸손’이고 ‘낮아짐’이다. 무광택의 존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광택(光澤) 문화 덕분에 외제 구두약이 팔리지 않는다. 외제는 가죽을 보호하는 기능만 있지 광택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산 구두약은 오로지 광택을 내야만 되는 것이다. 침을 뱉고 불로 지져서라도 광만 낸다면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제 구두에 침을 뱉어도 좋아한다. 그래서 감독과 감독회장에 당선된 이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남의 침까지 묻혀가며 삐까뻔쩍 굴지 말라.”

세상이든 교회든, 목사든 장로든 ‘삐까뻔쩍’에 눈이 멀었다. 구두닦이처럼 광을 내려고 겉을 문지르고 침 칠을 하는 경쟁이 십자가를 가로 타고 앉아있다. ‘침을 뱉어도 좋다. 광만 난다면 만사 오케이다’ 이런 식으로 산다. 그 허세의 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들이 뱉은 침 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어제까진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 당선된 지도자들은 침을 뱉어도 끄떡하지 않는 몰염치의 두꺼운 가죽을 쓴 지도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천신만고 끝에 당선된 분들은 부디, 광내기를 포기하고 무광택으로 사시길 바란다. 짚신처럼, 고무신 같은 역할을 하는 지도자가 되기 바란다. 그러면 필경(畢竟) 하나님이 우리 감리교회를 불쌍히 보시리라!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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