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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저지인(吮疽之仁)

기사승인 2020.09.09  20: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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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철회 목사, 뉴욕 청암교회

   
▲ 차철회 목사, 뉴욕 청암교회

위나라 장수 오기 이야기다. 오기는 장수가 되자 병사들과 함께 자고 똑같이 먹고 입었다. 병사들처럼 이부자리를 깔지 않았고 행군할 때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았다. 자기 식량도 직접 메고 다녔다. 병사들과 동고동락했다. 한 번은 오기가 한 병사의 심한 종기 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냈다. 그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통곡했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다.

“그토록 병사를 아끼는 장수를 지휘관으로 모신 것은 큰 영광이거늘 어찌 그리 슬피 우시오?”

병사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전에도 오공(오기)께서 남편 종기의 고름을 직접 빨아 주었습니다. 감격한 남편은 제 목숨을 돌보지 않고 적진으로 달려가 용감하게 싸우다가 죽었습니다. 오공이 이번에는 아들의 고름을 빨아 주었으니 그 아이도 감격하여 제 아비처럼 죽을 것입니다.”

자기 병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훌륭한 장수의 행동에 숨겨진 위선과 그 위험을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이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병사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병사를 소중하게 대하는 겸손과 섬김의 지휘관, 이에 감동한 부하가 목숨을 다하여 충성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보는 것이다. 

둘째, 부정적으로 보면 겉보기와는 다른 목적과 술수를 담은 선행이라는 것이다. 지휘관이 전투의 승리를 위해 부하들이 기꺼이 생명을 바쳐 싸울 수 있도록 감동을 만들어 내는 고도의 술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종기의 고름을 빨아 주는 인자함’이란 뜻의 ‘연저지인(吮疽之仁)’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어 두려움과 혼란이 크다.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교회와 연계되어 있어 정부는 교회를 향해 대면 예배 중단을 요구하였다. 전염병 확산을 막고 타인의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며 이웃 사랑의 실천이라는 주장과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교회 탓으로 돌리는 정부에 대하여 많은 목회자가 분노하며 순교의 각오로 대면 예배를 지키겠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미국 전역은 아직도 매일 4만 명 이상, 뉴욕주만 7백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회도 예배당에서 대면 예배와 새벽기도회를 매일 실시하고 있다. 

이즈음 ‘연저지인’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목회자인 내가 성전에서의 예배를 지키려는 본심은 진정 무엇이냐는 것이다. 정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을 지키기 위함인가? 사회학적 분석으로는 21세에 기독교의 급격한 쇠퇴와 세속화의 물결을 막낼 수 없다고 한다. 사회과학적 연구는 차치하고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기독교는 여전히 부흥하고 이 시대를 이끌며 구원을 이룰 수 있을까?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순교의 각오로 지켜내려고 할까? 혹시 ‘순교의 각오’라는 뜨거운 외침의 본심은 날로 줄어드는 교인, 대면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교회를 떠날 것 같은 믿음이 약한 교인들에 대한 불안 때문은 아닐까? 교인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작금의 현실을 담임목사의 능력으로 극복해내거나 감내하지 못하기에 이 모든 것은 대면 예배를 강요하는 좌파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나는 순교의 각오로 성전 예배를 지키는 훌륭한 목사가 되려는 것은 아닐까?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서 대면 예배를 드려야 헌금이 더 나오고 교회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순교의 각오’로 대면 예배를 고수하지 않으면 결국 목사의 삶의 터전이 흔들리기 때문은 아닐까? 더 두려운  것은 나의 정치적 가치관을 하나님의 이름과 신앙에다 덮어 씌운 것은 아닐까?

지금 기독교 위기의 근본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회개가 없는 것이다. 위기가 닥칠 때 가장 쉬운 방법 그러나 종말을 더 빨리 재촉하는 길은 외부에 적을 만들고 그들과 싸우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반대로 어렵지만 확실하게 사는 길은 혹독하게 우리를 성찰하고 회개하는 것이다. 과연 나의 연저지인에 대한 본심은 무엇일까?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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