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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사건을 아시나요?

기사승인 2020.09.09  20: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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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

2015년 이후 한국사회에 급속도로 확산된 용어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심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개발이 가속되고,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래 살던 주민들이 외곽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궁중족발 사건이다. 2017년 말, 서울 서촌에 있는 건물을 새로운 주인이 인수한다. 새로운 건물주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임대료 300만 원으로 영업해 오던 ‘궁중족발’이란 음식점에 보증금 1억에 월 임대료 1200만 원을 요구한다. 궁중족발 입장에서는 갑자기 상승한 임대료를 감당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 돈으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니 못 나간다고 버텼고, 결국 건물주는 2018년 법의 힘을 빌어서 강제집행을 실시했다.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 사진 고난함께 제공. photo by 박김형준

이 과정에서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손가락이 2개가 부분절단 되는 비극이 벌어진다. 얼마 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눌려있던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은 건물주를 향해 망치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게 된다. 검찰은 살인미수죄로 징역 7년을 구형했으나,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미수죄는 기각되고, 폭력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다. ‘고난함께’는 매월 영치금을 전달하고 편지를 결연하며 궁중족발 사건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기 건물을 갖고 영업을 한다면 영세자영업자라고 불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건물주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장사를 하게 되는데, 불시에라도 건물주가 요구하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어렵게 장사를 시작해서 몇 년 동안 노력하여 어느 정도 기반을 잡게 된다. 매출이 올라가고 수입도 늘어나기 시작하면 장사하는 재미가 생긴다. 딱 그때쯤 건물주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임대료를 수직으로 올린다든지 본인이 직접 장사하기 위해 가게를 비워달라고 한다. 이는 영세자영업자에게는 나가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궁중족발 사건은 당시 뜨거웠던 건물주의 횡포,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사회에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8년 9월 20일, ‘궁중족발법’으로 불리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이는 10년간 건물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임차인은 이전에 비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 기간을 현행 ‘계약 종료 3개월 전부터 종료 시’에서 ‘계약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로 연장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갖고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통시장 내 상가 임차인을 권리금의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는 조항과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조항도 눈에 띈다. 

김우식 사장의 옥중 편지. 고난함께 제공.

‘고난함께’는 지난 6월 6일, 만기출소 한 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을 만났다. 까맣던 머리는 하얗게 변했고 조금은 야위었지만,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정 많고 마음 좋은 모습은 그대로였다. 수감 생활에 대해 물으니, 연대인들이 많이 응원해준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고난함께’에서 보내준 ‘담장 넘어 온 편지’를 통해 세상 소식도 듣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더 이상 서촌에서 궁중족발을 찾아볼 수는 없다. 하지만 ‘궁중족발’은 압구정에서 ‘족발의 여정’이라는 배달 전문점으로 새 출발했다. 금전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상대적으로 운영비가 절감되는 공유주방을 이용한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장사에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가장 잘할 수 있는 족발 장사를 계속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아쉬움이 함께 묻어 있었다. 

궁중족발 사건은 지금의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투기자본주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끝이 없는 듯 상승하고, ‘영끌’(30대가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의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수록 자본이 없고, 가난한 이들은 점차 외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다만 나그네이며, 나에게 와서 사는 임시 거주자일 뿐이다”(레 25:23)는 하나님 말씀을 기억한다. 오늘도 ‘고난함께’는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삶의 변두리로 밀려나는 이들과 함께 울고 함께 아파한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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