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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기득권 솎아내기

기사승인 2020.05.30  20: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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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 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엊그제 동네마다 ‘연회’라는 게 열렸다. 개중에 별난 격렬함이 있다면 감독이나 감독 회장 선거권자, 총회 대표자 뽑기 정도일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사태로 축약 진행된 일정 속에서 ‘대표 뽑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나는 해마다 이런 꼴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병든 감리회의 환부를 도려낼까를 고민하며 여기까지 왔다. 감리회 변화와 개혁의 언저리에 서성이는 까닭은 나를 목사로 품어준 감리교에 연민이 남아서다. 그게 ‘변질된 기득권 도려내기’다.

도시에 전염병이 돈다. 이유도 모르게 사람들이 하나둘씩 앞을 못 보게 된다. 사회 전체가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 정부는 비상조치를 내린다. 눈먼 사람들을 강제수용소에 격리한다. 하지만 그곳은 무간지옥(無間地獄)과 같다. 이해와 배려는 실종되고, 권력을 지닌 남성들은 먹을 것을 미끼로 힘없는 여성들을 유린한다. 모두 실명 상태가 되지만 오직 한 명, 앞을 볼 수 있는 여인이 주변 사람을 이끌고 수용소를 탈출한다. 

199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다. 사라마구는 4년 뒤 이 도시에 불어 닥친 또 다른 재난에 눈을 돌렸다. 바로 ‘눈뜬 자들의 도시’다. 시력을 회복한 시민들 사이에 불의의 사건이 불어닥치는데, 4년 전 재앙이 ‘신체적 전염병’이었다면 이번에는 ‘사회적 전염병’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민주사회를 떠받치는 선거제도로 확장된다. 

지방선거 당일, 유권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나타나지 않는다. 투표 시간을 두 시간 연장해가며 겨우 선거를 마치지만 유효 투표율은 25%에도 못 미친다. 무려 70% 이상이 백지투표였다. 당국은 1주일 후에 재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백지 투표율은 83%까지 치솟는다. 우파든, 좌파든, 중도든, 시민들은 그 어떤 정파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가장 갑갑한 건 그 배경을 짐작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라마구는 현실을 지배하는 기득권에 대한 환멸을 바탕에 깔아 놓고 있다. 기득권에 취한 상부 권력을 탐하는 자들, 유권자를 희롱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응징을 백지투표로 형상화한 것이다. 유권자들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유대랄까, 그런 연대감에 실낱 희망을 거는 것 같다.

그 단적인 예가 발등에 불이 난 정부와 달리 시민들이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국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수도를 옮기고, 전철역 폭발사건을 일으키고, 심지어 4년 전 유일하게 시력을 간직한 여인을 배후 조종자로 몰아가지만, 시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이어나간다. 사재기도 없고, 폭동도 없다. 정부도, 보안부서도, 경찰도 없는 도시이건만 평화가 유지되는 신비한 일이 발생한다. 

‘눈뜬 자들의 도시’는 종교 기득권에 취해 원칙도 염치도 없이 감리회와 그 성도들을 유린하는, 그런 위인들을 뽑으려고 2년마다 패싸움에 교회 돈 제 돈을 질러 대는 감리교단을 향한 우화다. 비유와 풍자가 섞인 현실 세계다. 그동안 우리의 선거판은 거짓말과 참말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그런데도 생생한 건 눈앞에 10월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감염원으로 엄청나게 변하게 될 시계 제로의 전환기에 그 뻔한 선거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 교회가 갈지 말지, 코로나바이러스로 무력화된 교리와 도그마라는 장치를 유지할지 걷어낼지’ 헷갈리는 전환점에 서 있는데도, 그놈의 선거는 시들해지지도 않는다.

판판이 실망을 하면서도 연민으로 다시 한번 기대하자면, 이제 우리가 믿을 건 기상천외한 연대의 힘이다. 그것만이 유일한 백신이다. 침착한 대응으로 바이러스를 잠재워가듯, 편법·꼼수로 얼룩져온 선거제도 그리고 ‘변질된 기득권을 솎아’내는 이 방법이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빠진 감리교를 구할 수 있는 길이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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