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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냉이국수 타령

기사승인 2020.05.11  20: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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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 허태수 목사, 성암교회

국수를 좋아한다. 중학교 이전 시골살이할 때 한 달 내내 국수만 먹었던 적도 있다. 봄, 가을누에 치는 시기가 되면 일손이 모자라 밥을 지어먹을 시간이 없어 어머니는 늘 부엌에서 소쿠리 하나 가득 국수를 삶아 돌돌 말아 담아 놓으셨다. 그러면 들며 나며 국수를 오이냉국이나 김칫국물에 말아서 선 채 후루룩 마시듯 먹곤 했다. 그렇게 먹었어도 질리지 않다. 

나이 들어서는 아예 방방곡곡 국숫집만 찾아다녔다. 그래서 작은 수첩에다가 먹어 본 국숫집과 먹어볼 국숫집을 적었는데 서너 권은 되었다. 물론 인터넷이 생기기 이전의 일이다.

최근 강원도 철원으로 문상을 다녀왔다. 출발하기 전 인터넷을 켜서 버릇처럼 ‘철원 국숫집’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서면 자등 우체국 앞에 있다는 ‘갓냉이 국숫집’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조선 팔도의 국수란 국수는 모두 섭렵했다고 자부했었는데 ‘갓냉이 국수’는 생전 처음이었다.

일행과 가면서 내내 국수 타령을 해대니 누가 이런다. “목사님은 맨날 후지게 국수만 그렇게 탐하셔요?” “어~ 국수가 후진 음식이라니! 이 양반 TV도 안 보나? 옛날엔 부자들만 먹을 수 있던 귀한 음식이라잖아!” “그야 옛날이야기죠. 철원 가면 ‘철원 한우’ 이런 것도 유명하다는데 국수 타령을 하시니 그러지요.” 하기야 문상을 가면서 ‘갓냉이 국수’는 뭐고 ‘철원 한우’는 또 뭐란 말이냐!

여하튼, 빠른 속도로 달려 장례식장으로 갔다. ‘갓냉이 국숫집’을 찾아갈 요량으로 장례식장에서는 인사만 하고 나왔다. 막상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아는 얼굴들이 그득해서 억지로 잠시 앉아서 떡 두어 개를 집어 먹고 냅다 나왔다. 잠시 후에 우리는 그 집, ‘갓냉이 국숫집’에 앉아 있었다.

“갓 냉이가 뭐요?” 
“예. 해발 800 고지 이상에서 눈을 뚫고 나오는 제일 이른 봄나물이에요.” 
“아, 그러면 그거 혹시 ‘산 갓’이라고 하는 거 아니요?” 
“맞습니다. ‘산 갓’이라고도 하고, ‘갓냉이’라고도 하고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네요.”

지난주던가, 우리 장로 댁의 농막에서 먹던 그 나물이다. 그걸로 국수를 만다? 드디어 국수 대접을 받아 들었다. 국수 대접을 받아 든 동행이 다시 이런다. 

“빛깔만 빼고 그냥 후진 국수네요.” 
“아, 이 사람! 후지단 말 좀 그만하게. 이 발그스레한 국수가 더욱 발그스레 해지네그려.” 

발그스레한 국물에 잠긴 국수 사이로 젓가락을 꽂으니 기분이 묘하다. 고려가요 ‘동동’의 마지막 구절이 생각난 까닭이다.

십이월 *분디(山椒) 나무로 깎은  
아아, 진상할 소반 위에 있는 젓가락 다와라!
님의 앞에 들어 가지런히 들어 벌렸더니
손(客)이 가져다가 무는군요.

세상에 이런 로맨스가 어디 또 있을까! 부드러운 선으로 이루어진, 휘어질 대로 휘어진 곡선은 무엇이며, 저 다소곳이 포갰으나 젓가락이 닿을 때 저항 없이 그 자신을 열어주는 자태 하며, 그를 둘러싼 저 발그스레한 흥분, 그 속을 헤집고 들어가 닫고 오므리는 교합을 이루어 ‘먹는’ 국수야말로 성스러움의 극치다. 이걸 감히 ‘후지다’고 표현하는 너는 얼마나 후진 인간인지 아느냐?

* 필자주 - ‘분디나무’ 는 일명 ‘산초나무’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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