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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저… 임신했어요!”

기사승인 2018.10.21  00: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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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민 목사(브리지임팩트 청소년사역원 연구개발팀 간사, CTS 라디오 ‘정혜민의 비빔톡’ 진행자)

   
▲ 정혜민 목사(브리지임팩트 청소년사역원 연구개발팀 간사, CTS 라디오 ‘정혜민의 비빔톡’ 진행자)

일과를 다 마치고 퇴근하려는데 한 학생이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용기를 내서 나를 찾아오긴 했지만, 막상 내 얼굴을 보니 본인이 더 당혹스러웠나 보다. 딱 한 눈으로 봐도 얼굴에 불안감이 가득 차 있었다. “괜찮아. 들어와.” 가방을 다시 책상에 내려놓고 학생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저…. 어떡하죠…. 아이를 가졌어요.”

수없이 많은 성 강의를 했고 수차례 상담도 했기에 무뎌질 법도 한데 이렇게 아이들이 나를 찾아와서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마다 항상 똑같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많이 아프고, 고민했을지 알기에 그래서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나는 항상 그 아이의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를 감싸 안아준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줘서 고마워. 용기 내줘서 고마워.”

교회 안에서 부서 사역을 했을 때 깊은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나름 열심히 사역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들이 자꾸 배신하는 것이 아닌가. 설교 시간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아멘!’을 외치던 녀석들이 뒤에서 사고를 치고, 급기야 교회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이건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어쩌면 내가 우리 아이들을 너무 몰랐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과감히 교회를 나와 학교 현장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 놀라운 사실 몇 가지를 깨닫게 됐다. 정말로 내가 아이들을 몰랐다는 사실과 요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진짜 현실적인 고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성(性)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우리는 그동안 성 문제를 일으키거나 야동중독, 관계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는 원래 그런 싹이 보였었다고, 일명 ‘노는 애’라서 사고 치는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 특히 교회의 자녀들은 절대로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안심했다. 교회에 성 강의나 설교를 하러 가면 대부분의 목회자,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순수해서 그런 거 잘 몰라요. 문제도 안 일으켜요.’ 나 또한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상담하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알게 됐다.

서울의 남자 고등학교에서 근무했을 때 일이다. 수업 시작 전 쉬는 시간에 교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후다닥 무언가를 책상 서랍 안에 숨기는 것이 아닌가. 확인해보니 콘돔이 종류별로 5개가 들어있었다.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더니 친구 중 한 명이 여자친구와 100일이 되어서 친구들끼리 선물로 콘돔을 나눠줬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 가운데는 반에서 1등 하는 녀석도 있었고, 교회에서 찬양팀 리더로 활동하는 녀석도 있었다.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교회에서 리더를 하는 학생들, 목사님이나 교회 중직자 분들의 자녀들이 정말로 많다. 성 문제는 더 이상 몇몇 특별한 학생들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당장 우리의 자녀들이 마주하게 되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것을 교회가, 목회자, 선생님, 부모님이 알아야 한다.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서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할까? 이 짧은 글 안에 그 내용의 전부를 담을 수는 없지만 중요한 몇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가장 먼저는 성, 중독 문제를 더 이상 아이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길 부탁한다. 이것은 단순히 그 아이의 의지 부족이나 신앙의 문제가 아니다. 왜 그 아이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찾다 보면 결국 그 학생의 가정과 처한 상황, 마주하는 환경 모두를 바라봐야 한다.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성을 율법적으로만 가르치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성 주제와 관련된 성경 말씀을 나열해놓고 아이들에게 읽히고 외우게 하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오히려 심각한 역효과를 가져온다. 왜 하나님이 그 말씀을 하셨는지 하나님의 마음을 알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 교회 안에서 성에 대한 건강한 토론과 나눔이 있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전문 강사를 통한 세미나나 책 나눔을 통해서 현재 우리 교회에서 실현 가능한 것들이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성은 더 이상 다음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교회라고 해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이제는 전 세대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전 교회의 문제다.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성’을 건강하게 바라보고 ‘진짜’ 사랑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기독교타임즈 kmctimes@km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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