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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과 쉼

기사승인 2018.06.08  10: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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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쓴 『파우스트』를 보면 파우스트 박사는 천사 메피스토펠레스와 결탁하여 창조의 부정적 속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파우스트는 평화로운 동산을 만들려고 했지만 노부부의 저항에 막혀 결국 저들을 살인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삶에도 파우스트적인 면면이 있습니다. 옳은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 잘못된 결과를 낳을 때가 있습니다. 새로운 창조를 향해 눈을 둡니다. 하지만 욕망과 습성의 굴레 아래 있는 한 인간은 유물론적 관성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사유하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어야합니다. 새로운 숨을 들이마시는 일이야말로 이 세상의 관성을 향한 최초의 저항입니다.

 

그리운 시인이 있습니다. 윤동주입니다. 특히 그의 시 <돌아와 보는 밤>은 더욱 그립습니다.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가옵니다.

<돌아와 보는 밤> 전문

 

시인은 바꿀 수 없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기의 좁은 방으로 돌아와 불을 껐습니다. 괴로움을 상기시키며, 그것을 연장시키는 낮을 밀어내고 밤을 불러왔습니다. 그러곤 가만히 마음의 창을 열어 거친 숨을 부러 들이마십니다. 창밖엔 비에 젖은 길이 상념처럼 늘어져 있지만 시인은 그것을 초월합니다. 그가 본 희망은 밤과 아침이라는 기계적인 패러다임으로는 발화시킬 수 없으며, 되레 인간이 밤의 정점에 섬으로써 얻어지는 그 무엇입니다.

유진 피터슨은 그의 책 『현실, 하나님의 세계』에서 영혼을 상징하는 목은 뇌와 같은 상위기능과 발과 같은 하위기능을 조화롭게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인 동시에 인간의 중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영혼의 숨은 인간의 완성을 위한 발판입니다. 숨이란 영혼의 고향을 찾아가는 거룩한 운동입니다. 숨은 사람의 근원이기도 한데, ‘숨’ 이란 글자는 人(사람인) 과 口(입구)로 이뤄졌습니다. 한자에서 人과 口는 동의어로 쓰입니다. 따라서 사람이란 하나의 마음을 가진 존재이며 누군가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그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단순히 정리되거나 정의되지 않는 광대한 우주 같습니다. 외부로부터 들여오는 모든 정신의 총합입니다. 그것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영글어갈 때 하나의 작품이 탄생될 수 있습니다. ‘나’ 라는 사건과 시간의 만남인 실존을 통해 유입된 생의 감정과 경험이 지난할수록 인간에게선 한숨이 나옵니다. 이와 달리 신의 경륜, 곧 마에스트로의 지휘를 따라 호흡하는 들숨과 날숨에 리듬과 생기가 더해지면 우리의 숨은 미적 탁월성을 발휘하며 ‘좋은 쉼’으로 전향됩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당신의 거룩한 숨결을 불어넣어주셨습니다(창2:7). 숨결을 받은 인간은 생령이 되어 비로소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었습니다. 낮의 창을 닫고 밤의 창을 활짝 여십시오. 한껏 숨을 들이마십시오. 지금 이곳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마11:28-30)

기독교타임즈 21c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기독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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